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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제 735 호 2024 예술대학 연극전공 공연제작실습 <과부들>

  • 작성일 2024-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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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241
김다엘

  소미아의 기다림은 오늘도 계속된다 -<과부들> 팜플렛 中


  2024년 5월 23일~25일까지 3일간 상명대학교 예술대학 연극전공 공연제작실습 <과부들>팀이 상명대학교 천안캠퍼스 계당관 중극장에서 공연했다. 해당 공연 예매는 사전예매와 현장 예매로 진행되었다. 사전예매는 5월 15일부터 구글 폼에서 선착순 무료로 예매할 수 있었다. 현장 예매는 잔여석 한정으로 공연 1시간 전부터 예매가 가능했다. 총 3회차 공연으로 1회차는 23일 오후 7시, 2회차는 24일 오후 7시, 3회차는 25일 오후 2시에 공연이 진행되었다. 관람 시간은 총 180분이며 중간에 인터미션(중간휴식) 15분이 있었다. 


<과부들>이 전달하는 메시지

  <과부들>은 전쟁이 끝난 직후의 계곡을 둘러싼 어느 작은 시골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다루고 있다. 마을의 모든 남자가 군부에 끌려간 뒤 실종되었고, 마을에는 과부들만 삶을 연명하며 남아있었다. 그 중 소미아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매일 강가에 나가 집안의 남자들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다. 어느 날 강을 따라 고문의 흔적으로 얼굴조차 알아볼 수 없는 시체 한 구가 떠내려온다. 소미아는 시체가 자신의 아버지라며 시체 소유권을 주장하지만, 시체에 대한 불편한 질문을 우려한 참모장은 시체를 비밀스레 처리한다. 그러나 또다시 강을 따라 두 번째 시체가 떠내려 온다. 소미아는 두 번째 시체가 남편의 시체가 확실하다고 주장하지만, 사령관은 다른 과부에게 시체를 양도하고 장례식을 치르게 한다. 그러자 마을 과부 서른여섯 명 모두가 시체 소유권을 주장한다. 가족의 죽음을 믿고 싶지 않으면서도,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시체를 자기 가족이라고 주장하는 여인들은 과거청산이 최소한의 인간적인 요구임을 보여준다. 


  마을에 새로 부임한 대위는 아픈 과거는 묻어두고 새로운 번영을 향해 가자고 과부들을 회유와 협박 등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하지만, 처음에는 두려워 목소리를 죽이던 여인들이 점차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닫고 소미아와 함께 강가에서 기다리며 아버지, 남편, 아들들을 돌려 달라 요구한다. 


칠레의 목소리, 아리엘 도르프만

  아리엘 도르프만은 1942년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고 미국으로 건너가 작가 생활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는 칠레의 고통받고 있는 민중들의 현실을 대변하는 이야기를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시, 소설, 희곡 등 다양하게 집필하고 있다. 아리엘 도르프만이 집필한 <과부들>도 당시 군부 독재 치하에서 장례마저 허용되지 않는 탄압과 이에 저항하는 과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1970년 라틴 아메리카에서 피노체트 쿠데타가 성공하며 칠레는 독재정권으로 바뀌었다. 도르프만은 독재 정권인 칠레를 벗어나 미국에 정착했지만, 칠레의 정치·경제적 독립과 민주화를 위해 인생을 바친 동지와 친구들이 사라지고, 고문을 당하고, 처형당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과부들>에서도 조국의 아픔을 함께하지 못한 죄책감과 살아남은 자의 슬픔,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책임감 등이 조금은 엿보인다.



<과부들>의 감상

  이 연극에서는 죽은 자들을 제대로 예우하고 보내주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한 사회가 숨기는 진실과 갈등이 이 연극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였다. 마을 여자들은 소미아가 군부의 심기를 건드려 자신들의 평화를 깨뜨릴까 입을 막으려고 하고 갈등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소미아와 연대하며 이야기의 끝을 맞이할 때 두려움을 극복한 이들이 과거를 기억하기 위한 투쟁을 시작했음을 보여주며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상상하게 만든다. 


  다만 세계관을 100년 뒤인 2132년으로 설정한 부분이 몰입에 방해가 되었다. 시간대를 미래로 설정했으나 현재 문명의 잔재가 느껴지지 않는 의상과 가족 중심주의적인 인물들의 가치관은 우리가 상상했던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계관 분위기와 달랐다. 대한민국과 유사한 역사적 경험을 강조하고 싶었다는 말처럼 차라리 가상의 과거 대한민국으로 설정하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약 3시간 동안 몰입에 가까운 연기를 보여준 <과부들>팀에게 응원을 보내며 앞으로도 다양한 연극과 공연으로 만나기를 희망한다.


 


▲ 커튼콜 장면(사진:김다엘 기자)



김다엘 부장기자